| [김정덕의 지속가능 보안-3] ‘오디세이아’로 읽는 보안 거버넌스 | 2026.08.14 |
소통과 신뢰로 여는 ‘자율 보안’의 여정 [연재목차 Part 4. 지속가능 보안을 위한 거버넌스와 관리] 1. 신뢰_보안의 방패이자 아킬레스건 2. 보안의 레드 헬리콥터 3. ‘오디세이아’로 읽는 보안 거버넌스 4. 사이버보안의 다면적 보안가치 5. CISO 패러독스_큰 책임에 가려진 최소권한 6. CEO 보안의 최종 책임자 7. 최고경영층을 움직이는 설득의 기술 8. BISO 제대로 도입하려면 9. 규제와 리스크의 동행_통합 GRC 10. 사용자 지치게 하는 보안_그림자 노동과 보안관리 11. 하이브리드 조직문화와 보안 12. 보안에게 정의를 묻다 13. 아름다운 보안 [보안뉴스= 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고대 서사시 ‘오디세이아’(Odysseia)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겪은 10년간의 험난한 방황을 다룹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의 열풍과 함께 다시금 주목받는 이 위대한 고전은, 단순한 신화적 모험담을 넘어 오늘날 기업들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공간(고향)’을 향해 나아가는 보안 관리와 거버넌스 여정에 매우 깊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예기치 못한 침해 사고로 순식간에 원점으로 퇴보하거나, 최첨단 방화벽을 갖추고도 내부 구성원의 작은 우회 행동 하나로 무너지는 현대 기업의 잔혹한 잔상은 3천 년 전 오디세우스가 겪은 비극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 [출처: AI Generated by Kim, Jungduk] 바람 주머니의 비극: 은폐와 불신이 부른 10년의 방황 오디세이아 전체를 통틀어 보안 거버넌스 관점에서 가장 뼈아픈 장면은 바로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주머니 사건’입니다. 트로이를 떠난 오디세우스 일행은 바람의 신으로부터 순풍을 제외한 모든 역풍을 포획해 담은 가죽 주머니를 선물 받았습니다. 덕분에 이들은 불과 9일 만에 고향 이타카의 해안선이 눈앞에 보일 만큼 근접했습니다. 그러나 비극은 고향을 눈앞에 두고 터졌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가죽 주머니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왜 절대 열어보면 안 되는지에 대한 위험과 맥락을 선원들에게 공유하지 않고 혼자만의 비밀로 붙였습니다. 정보에서 소외된 선원들은 주머니 속에 보물이 들었을 것이라 오인했고, 오디세우스가 잠든 사이 호기심과 불신으로 주머니를 열어버렸습니다. 봉인 해제된 거친 역풍은 배를 다시 아득한 바다 한가운데로 밀어냈고, 이 소통 부재의 대가는 10년간의 참혹한 방황과 선원 전체의 전멸이었습니다. 이 비극은 오늘날 보안 현장의 ‘비밀주의 통제’와 정확히 겹칩니다. CISO나 보안팀이 위험의 이유(‘Why’)를 현업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인 규제와 비밀주의로 일관할 때, 구성원들은 보안 절차를 자신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보물을 숨겨둔 ‘불편한 장애물’로 인지합니다. 결국 보안 몰래 승인되지 않은 협업 도구를 사용하는 ‘섀도우 IT’나 보안 필터를 우회하는 행위(바람 주머니를 열어보는 행위)가 발생하며, 조직은 순식간에 초창기의 거대한 리스크 상태로 퇴보하게 됩니다. 세이렌의 유혹과 스킬라·카리브디스의 리스크 결단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은 현대 사이버 보안이 직면한 기술적·인간적 난제들을 연이어 대변합니다. 달콤한 노래로 선원들을 홀려 배를 파선시키는 괴수 ‘세이렌(Siren)’의 해협을 지날 때,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의 귀를 촛농으로 막고 자신의 몸을 돛대에 강제로 묶었습니다. 이는 오늘날 AI 딥페이크나 정교한 사회공학적 기만 공격 등 ‘인간의 인지를 교란하는 위협(세이렌)’에 대응하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구성원의 의지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나 유혹이 들어와도 사고로 연결되지 않도록 시스템적 제어 장치(돛대에 묶는 인프라)를 이중으로 설계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또한, 6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 ‘스킬라’와 모든 것을 삼키는 대형 소용돌이 ‘카리브디스’ 사이를 지날 때 오디세우스가 내린 결단은 리더십의 리스크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의미합니다. 소용돌이에 빠지면 전멸하지만, 스킬라 쪽으로 붙으면 선원 몇 명을 잃더라도 배와 조직 전체는 살릴 수 있었습니다. 최고의 경영진과 CISO 역시 ‘위험 제로(Zero-Risk)’라는 환상을 버리고, 비즈니스 연속성과 보안 통제 마찰 사이에서 합리적이고 과감한 거버넌스적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검증된 신뢰와 소통으로 완성하는 자율 보안의 고향 오디세우스가 10년의 방황을 끝내고 마침내 고향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었던 근본적 원동력은 칼립소 여신이 제시한 ‘영생과 안락(불멸)’이라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마저 물리친 귀향을 향한 강력한 의지와 본질적 목적의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변장한 왕을 알아보며 끝까지 궁전을 지킨 내부의 충직한 이들과 강력한 신뢰의 연대를 이루어냈기에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 ▲김정덕 중앙대 명예교수[출처: 김정덕 교수] 경영진의 확고한 가치 지향과 목적의식, 명확한 결과 책임(Accountability)과 위험의 투명한 공개(Transparency), 그리고 왜 이 보안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소통이 맞물릴 때, 조직은 어떠한 거세 역풍에도 스스로 바람 주머니를 열지 않는 견고하고 자생적인 ‘자율 보안’의 고향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 소개_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 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한국정보보호학회 부회장, 금융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위원, 전 JTC1 SC27 정보보안 국제표준화 전문위 의장 및 의원, 전 ISO 27014(정보보안 거버넌스) 에디터 등 역임 [글_ 김정덕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명예교수/인간중심보안포럼 의장]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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