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칼럼] 좁은 해협, 넓은 갈등 : 호르무즈가 던지는 현대적 생존의 과제 | 2026.04.25 |
테러나 분쟁의 개념,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 ‘파괴’에서 ‘사회 마비와 공포의 상시화’로 물리적 방어 넘어선 실효적이고 지능적인 대응 체계 진지하게 고민해야 [보안뉴스= 박진이 에스알 상임감사]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동맥이다. 하지만 최근 이곳을 감싸고 있는 긴장감은 단순히 지리적 요충지를 둘러싼 분쟁을 넘어, 현대적 위협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복잡한 시험대처럼 느껴진다. ![]() [출처: gettyimagesbank] 개인적으로 이 사태를 지켜보며, 우리가 과거에 알던 테러나 분쟁의 개념이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과거 우리가 익히 알던 위협은 대개 명확한 조직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징적인 목표물을 타격하는 형태였다. 즉, 누가 누구를 왜 공격하는지가 비교적 선명한 ‘보이는 전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위협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주체가 불분명한 비대칭 전술이 난무하고, 타격 지점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보이지 않는 공급망과 심리적 네트워크로 확장되고 있다. 요컨대, 과거의 위협이 ‘파괴’를 목적으로 했다면, 오늘의 위협은 사회 전반의 ‘마비’와 ‘공포의 상시화’를 노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이러한 테러의 본질을 단정 짓거나 완벽한 해법을 제시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조심스러운 일일 것이다. 필자 역시 정답을 가진 관찰자라기보다는,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위협이 일상을 파고드는 현상을 지켜봐 온 한 사람으로서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화두를 함께 던져보고자 한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이 변화의 실체는 무엇이며, 우리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위협의 수단이 우리가 알던 방식에서 벗어나 교묘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위협이 눈에 보이는 특정 지점을 파괴하는 방식이었다면, 오늘날 호르무즈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글로벌 네트워크 전체를 인질로 잡는 지능적인 형태로 진화하는 듯하다. 물리적인 공격은 물론이고 드론을 활용한 비대칭 전술이나 해상 물류 마비 위협 등은 직접적인 파괴 그 자체보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공포를 확산시키는 데 더 집중하는 양상을 띤다. 이는 위협의 주체가 단순히 파편화된 파괴에 머물지 않고, 현대 사회의 긴밀한 연결망을 역이용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전술적 변화의 이면에는 국가 이기주의가 낳은 패권 경쟁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자리 잡고 있다. 호르무즈 사태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면, 강대국들 사이의 치열한 영향력 확대 싸움이 이념이나 종교라는 명분으로 포장되어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자문해보면, 이러한 대립이 과연 인류 전체를 위해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지 그 실질적인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서로가 가진 ‘불완전한 답’을 절대적 정의로 내세우며 벌이는 패권 다툼은, 결국 무고한 이들의 소중한 일상을 볼모로 삼는 무의미한 소모전으로 흐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 ▲박진이 에스알 상임감사 [출처: 박진이 감사] 나아가 호르무즈라는 단일 통로에 묶여 있는 에너지 안보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전략적 유연성도 필요하다. 특정 해협의 봉쇄가 국가 전체의 마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에너지 비축 시설을 확충하고 도입선을 다변화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민간 해운사와 국제기구가 함께 참여하는 다자간 안전 보장 플랫폼을 활성화한다면,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가 실리적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통로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호르무즈의 높은 파고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세운 이념과 국가적 이익이 인간의 존엄성보다 앞설 수 있는지 말이다. 힘의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우리 각자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연대하는 실용적인 지혜를 발휘할 때 비로소 그 거친 바다는 대립의 장이 아닌 공존의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_ 박진이 에스알 상임감사] 필자소개_ 現 에스알 상임감사 前 경호처 부장 前 테러학회 이사 <저작권자: 보안뉴스(www.boan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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