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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IP전략] 바나나 쿠팡 2025.12.11

특허는 상장(IPO) 심사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항중 하나다. 특히 나스닥이나 코스닥, 기술특례 등 테크 기반 기업을 상대로 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과정에서 ‘몰아 출원’(Burst Filing) 현상이 나오곤 한다. IPO를 앞두고 영혼까지 끌어다 특허를 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후다. 요행 상장에 성공한다 해도, 이런 기업들은 특허 출원을 극단적으로 멈추는 양상을 보인다. 전형적인 IPO 이미지 포장용 특허 확보 패턴이다. 쿠팡이 그렇다.(본지 8일자 참조)

지난 2021년 미 증시 안착 직후, 쿠팡의 다음해 US특허 신규 출원건은 전년 대비 84% 수직 하락한 29건에 그쳤다. 올해는 단 2건 뿐이다. IPO 이후 오히려 출원이 증가했던 아마존이나 엔비디아, 메타(페이스북) 등 대다수 미 현지 테크 기반 상장기업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쿠팡 특허의 기술분류별 분포도 [자료: IP전략연구소]


양 뿐 아니다. 이번 IP전략연구소 분석 결과, 쿠팡 특허는 질적 측면에서도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먼저, 이 회사 보유 특허 대부분은 ‘코어 기술특허’가 아닌, 비교적 가치등급 낮은 비즈니스 모델(B)이나 운영 프로세스 관련 특허다. 실제로 쿠팡 IP포트폴리오를 AI 전수 분석한 결과, 특허분류체계(IPC)상 ‘G06Q’(관리·상업·금융·경영용 시스템 및 방법) 관련 특허가 전체의 94%에 달하는 기형적 모습이다.

발명자 풀에도 연구개발 조직이 아닌 ‘비엔지니어’ 이름이 다수 등장한다. 심지어 이들 동일 인명이 수백 건씩 반복해서 나온다. 목표량을 정해 놓고, 대량 패키지로 특허를 찍어내는 이른바 ‘Spec-heavy, R&D-light’ 출원 방식의 전형이다.

기술적 깊이를 가늠하는 ‘피인용수’(Citations) 역시 극단적으로 낮다. 대다수 특허의 피인용 건수가 없거나 1회 정도다. 그만큼 경쟁사가 참고하거나 회피 설계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기술적 타격감이 1도 없는 특허란 얘기다.

일반 소비자와 최접점에 있는 B2C 기업임에도 고객 정보보호를 위한 기술특허가 사실상 전무한 것도 이번 대량 해킹사태의 주요 원인중 하나로 꼽힌다.

이쯤되면 쿠팡은 억울해 할 것이다. 항변할 것이다, 우린 그저 테크 기반 ‘유통기업’일 뿐이라고. 그럼, 비슷한 포지션의 아마존은 어떤가. 이 회사 역시 책 팔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쇼핑 사업보단 AWS 등 첨단기술 분야 매출이 압도한다.

사업 초, 스스로를 유통업체가 아닌 ‘테크 컴퍼니’로 정의하며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달러 투자까지 받아낸 쿠팡치곤 옹색하다. 이는 최근 손정의 회장이 쿠팡 주식을 대거 매각하면서 투자 회수(엑시트)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아 뵌다.

지난 2021년 쿠팡은 IPO를 앞두고 고려대 등으로부터 각종 특허를 대량 매집하며 IP포트폴리오 구축 강화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번 분석 결과, 이들 특허는 대부분 ‘바나나 특허’로 판명됐다. 그만큼 겉과 속이 달랐다. 쿠팡을 검은 머리 외국기업이라 칭하는 또다른 이유, 특허에서 찾는다.

[유경동 IP전략연구소장(kdong@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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