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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 남겨진 데이터에는 무슨 일이? ‘디지털 좀비’ 창궐하나 2023.03.24  

사람은 죽어도 데이터는 죽지 않는다. 기술이 조금만 더 발전하면 사이버 공간은 디지털 좀비들로 넘쳐날 지도 모른다.

[보안뉴스 문정후 기자] 인터넷을 두고 죽지 말지어다. 사망한 사람이 온라인 공간에 남긴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활용/사용/악용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자기들 마음대로 쓰다가 걸린 사람들이 실제로 제법 된다. 대부분 매우 악랄한 활용법을 선보였다. 죽은 자가 말이 없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우리는 사후 데이터 관리 문제로 시끄러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지 = utoimage]


일단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망자에게는 그 어떤 데이터 관련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 프라이버시 관련 규정은 살아 있는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심지어 삭제의 권한마저도 오로지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물론 산 사람의 것이든 죽은 사람의 것이든 기업은 데이터 삭제의 의무를 가지고 있긴 하다.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잘 지우지 않는다면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미 우리는 온라인 공간에 우리의 흔적을 너무나 많이 남기고 있기 때문에 살아서나 죽어서나 모든 것이 다 알아서 지워지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살아서 모든 데이터를 말끔하게 지워내지 못한 채 죽으면 문제가 매우 복잡해진다. 그나마 권한 대행자를 설정했다면 괜찮을 수도 있는데 완전한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자녀를 먼저 하늘로 보낸 부모들이 자녀가 남긴 데이터에 접근하려 했지만 법원에서 막힌 사례들이 많다. 죽은 자의 데이터 권한이라는 개념이 없는 상황이니, 권한 대행이라는 것도 성립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법 체계가 완전히 뒤집어지지 않는 이상, 살아 있을 때 모든 것을 다 찾아내 지우지 않는 이상, 우리의 데이터는 불멸의 생명을 누린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어차피 죽은 사람의 것인데, 그 데이터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쓸모가 있을 것일까? 필자의 지인 중 한 명은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죽은 사람의 신원만큼 훔치기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알아채지도 못하고 소란도 떨지 않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데이터는 다른 면에서도 가치를 가지고 있다.

먼저 최근 몇 년 동안 집계된 조사 결과를 보고 이야기를 이어가자.
1) 죽은 지인의 데이터가 꼭 지워져야 하겠다는 입장을 가진 페이스북 사용자는 50% 정도에 불과하다.
2) 죽은 지인의 데이터를 그냥 그대로 놔두는 것을 바라는 사용자는 25%였다.
3) 죽은 지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추모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사용자도 25%였다.

방식과 형태가 조금은 다르지만 사망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그대로 남기고자 하는 사람이 절반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잘 파악한 것인지, 사업가들은 새로운 분야의 시장을 개척했다. DAI라고 하는데, ‘디지털 사후 산업(Digital Afterlife Industry)’의 준말이다. 농담 아니다. 죽은 사람의 사후 세계를 관리하는 이 시장은 심지어 꽤나 크기까지 하다. 2020년 기준 이 시장의 규모는 3억 5천만 달러 수준이었고, 2026년에는 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죽은 사람의 데이터와 관련된 건데 어디서 이렇게 돈이 유입되는 걸까? 아주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1) 망자의 추모 사이트를 만들어 관리하면, 지인들이 띄엄띄엄이라도 방문한다.
2) 이 때 기업들은 방문자들을 추적하여 필요한 정보를 추출해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3) 아니면 행동 패턴을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를 마케터들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일은 추모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놀라울 것도 없다. 다만 방문의 촉매가 ‘사망한 사람’일 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죽어서 데이터를 남기는 게 뭐 그리 나쁜 건가 싶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쁜 쪽으로 더 나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일단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훔쳐 신원 도용을 하는 사례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망자의 데이터와 특정 행동 패턴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 완전히 새로운 페르소나가 탄생하지만, 가상의 인물이라고 하기에는 훨씬 더 실존적인 뭔가가 탄생한다. 이미 죽은 친척의 신원 데이터로 사기를 친 사람들이 경찰 기록에 수두룩한 상황이니 이것이 필자만의 망상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말해 필자는 인공지능의 발달 덕분에 사이버 공간에 ‘디지털 좀비’가 가득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지구상에 한 때 물리적으로 존재했었고, 이제는 기한이 다해 떠나갔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새로운 ‘지능’을 부여 받아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상태로 존재하는 그런 것 말이다. 인공지능이 이 존재의 정신이 되고, 과거의 신원 데이터가 논리 공간에서의 육체가 된다. 요즘 인공지능들은 말도 얼마나 잘 하는지 말이다.

누군가는 그냥 재미로 이런 일을 할 수도 있다. 유명한 작가가 돌연 사망했을 때, 팬들이 그의 작품을 계속 읽고 싶은 열망으로 사이버 공간에서나마 그를 영원히 살게 할 수도 있다. 사랑받던 가수가 죽었을 때도, 어떤 천재적인 건축가가 사망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좀비가 유력 정치인이나 금융인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그래서 여론을 효과적으로 조작하고, 주가마저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다면? 사이비 종교 지도자가 되거나, 영향력 높은 단체를 이끄는 운동가가 된다면? 농담처럼 들리는 일이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죽은 사람의 데이터는 뒤에 남은 사람들에게 부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그 가치라는 게 정당하게 부여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죽은 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글 : 테리 화이트(Terry White), 수석 분석가, Omdia
[국제부 문정후 기자(globoan@boa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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